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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까?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간의 모든 역할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의 발전 속도를 보면 마땅한 해결책조차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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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제안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든다. 앞으로 인간이 맡을 역할은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 지금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더 빠르게 해낸다면, 직장에서 내가 필요한 이유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우려가 과도한것은 아니다. 3명이 하는 업무를 AI를 활용하여 1명이 하는 식으로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사라지는 일자리 만큼 새로운 자리가 충분히 생기는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 LLM이 생성한 문장을 사용하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문서작성 분야의 경우 초안을 얻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대로 쓰기에는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며(이는 유사한 분야들(이미지, 영상 등)에서도 동일하게 성립할 것이다), 문장을 짧게 줄이거나 어색한 표현을 바꾸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주장은 근거보다 강하고, 어떤 문단은 앞뒤가 자연스럽게 읽히면서도 정작 필요한 설명이 빠져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차이는 AI를 사용하는지보다 AI가 만든 결과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보고, 왜 고쳐야 하는지 설명하며, 실제로 더 나은 결과로 바꿀 수 있는지에서 생길 수도 있겠다. 그 능력의 유무가 직장에서 맡을 수 있는 일이나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아직 미래의 고용을 예측할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결론은 아니지만, 요즘 AI의 문장을 고치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다.

특히 교육분야에서는 AI를 이용하여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복잡한 사고나 노력을 할 기회가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AI를 세심하고 열심히 사용하더라도 “무”의 상태에서 도서관의 온갖 책들을 비교해가며 체득한 지식과는 받아들이는 양과 지속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AI 생성물의 타당성이나 유효성을 분석하는 역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부터 이전세대들 보다 경쟁력을 갖춘 인재의 비율이 증가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전반적인 경향을 말하는것이며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믿는다.

LLM 시대의 기반이 된 한 편의 논문

이 변화의 출발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논문이 2017년 발표된 Vaswani 등의 「Attention Is All You Need」다. AI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논문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 많은 LLM의 기반이 된 Transformer 구조를 제안했다. 정확한 인용 수와 순위는 집계 서비스와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학생이 이런 논문제목으로 논문을 쓴다고 하면 논문을 투고하기도 전에 교수님께 호통을 들었을 것이다.

당시 논문의 주된 실험 대상은 기계번역이었다. 앞선 정보를 순서대로 전달하던 순환 구조 대신, Attention을 중심으로 입력의 관계를 처리하는 구조를 제시했으며, 학습 과정에서 병렬 처리를 활용하기 쉬워졌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 논문 한 편이 지금의 모든 AI 기능을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이후 모델 규모와 데이터, 학습 방법의 발전이 쌓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 뒤 언어모델은 번역을 넘어 문서 작성과 질의응답, 요약, 코드 생성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GPT-3를 다룬 「Language Models are Few-Shot Learners」는 별도로 가중치를 다시 학습시키지 않아도, 입력에 주어진 설명과 예시를 통해 여러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준 대표적인 연구다. 누구나 자연어로 작업을 요청하고 결과를 받아 보는 지금의 사용 방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제 업무의 출발점에는 사람이 처음부터 쓴 문장뿐 아니라 AI가 몇 초 만에 만들어 놓은 문장도 있다. 내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질문은 그 다음이다. 빠르게 나온 그 문장을 어디까지 믿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매끄러운 문장인데, 왜 많이 고치게 될까

LLM의 답변은 처음 읽을 때 꽤 잘 쓰였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용어가 들어 있고, 문단도 나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정리까지 붙어 있다. 그런데 내 업무에 맞게 사용하려고 다시 읽으면 문제가 보인다. 정작 밝혀야 할 조건이 생략되거나,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가 이미 확인된 사실처럼 서술되어 있다.

이때 구분해야 할 것은 적어도 세 가지다.

살펴볼 부분확인할 질문수정이 필요한 예
표현독자와 목적에 맞게 정확히 전달되는가?추상적인 수식어가 많아 실제로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흐릿하다.
근거와 논리주장에 근거가 있고, 전제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가?두 가지 장점을 나열한 뒤, 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적용 조건이 업무와 현장의 조건에서도 성립하는가?다른 재료나 시험 조건에서 얻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한다.

표현이 아무리 좋아도 논리가 비어 있을 수 있고, 사실 자체는 맞아도 지금의 문제에 적용할 수 없을 수 있다. 반대로 표현은 투박하지만 중요한 조건과 한계를 정확하게 짚은 문장이 실무에는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좋은 표현을 여러 개 만들어 내는 능력과 그중 지금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고르는 능력도 다르다. ‘향상된다’, ‘향상될 수 있다’, ‘향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비슷한 어휘로 쓰였지만, 연구 문서에서 감당해야 할 주장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이를 고르는 데에는 문장 감각과 함께 근거의 수준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연결어를 고쳐도 채워지지 않는 빈칸

천연섬유 복합재료의 연구를 예로 생각해 보자. 다음은 실제 실험 결과나 특정 모델의 응답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설명을 위해 구성한 가상의 문장이다.

천연섬유와 수지의 계면 결합을 강화하면 기계적 성능이 향상된다. 따라서 재활용성도 높아져 지속 가능한 복합재료를 구현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연구 제안서에 들어갈 만한 문장이다. 하지만 계면 결합의 강화가 왜 재활용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계면을 강화하는 방식에 따라 재가공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재활용을 용융 재가공으로 보는지 섬유와 수지의 분리 회수로 보는지에 따라서도 평가가 달라진다. 기계적 성능 역시 계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따라서’를 ‘또한’으로 바꾸면 문장은 조금 덜 어색해질 수 있다. 그래도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기술적 근거는 생기지 않는다. 필요한 수정은 연결어 교체보다 깊은 곳에 있다. 어떤 재료와 계면 처리 방식을 쓰는지, 어떤 재활용 경로를 목표로 하는지, 두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근거가 아직 없다면 다음처럼 쓰는 편이 현재의 연구 단계에 맞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천연섬유와 수지의 계면 결합을 개선하면서 재가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한다. 계면 처리 전후의 기계적 성능을 비교하고, 반복 재가공에 따른 물성 변화를 함께 평가한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는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수정문도 특정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성과처럼 쓰는 대신, 연구 목표와 확인 방법, 남은 불확실성을 구분한다. 실제 문서에서는 재료와 공정에 맞춰 시험 항목과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잘 고치는 능력’에는 이런 일이 포함된다. 빠진 메커니즘을 알아보고,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줄이고, 다음에 확인할 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더 유려한 문장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Attention은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보증하지 않을까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LLM의 작동 방식을 조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Transformer의 핵심인 Self-Attention은 각 토큰이 문맥 속 다른 토큰의 정보를 얼마나 참조할지 계산해 표현을 갱신한다. 토큰은 모델이 글을 처리하는 단위로, 단어 전체일 수도 있고 단어의 일부일 수도 있다.

원 논문에 제시된 Attention의 기본식은 다음과 같다.

Attention⁡(Q,K,V)=softmax⁡(QKTdk)V\operatorname{Attention}(Q,K,V) =\operatorname{softmax}\left(\frac{QK^{\mathsf T}}{\sqrt{d_k}}\right)V

입력 표현에서 학습된 가중치를 통해 Query(QQ), Key(KK), Value(VV)를 만든다. Query와 Key로 참조 비중을 구하고, 그 비중에 따라 Value의 정보를 모은다. dkd_k는 Key의 차원이다. 여러 토큰의 관계를 행렬 연산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자기회귀 LLM은 답변을 생성할 때 아직 나오지 않은 토큰을 볼 수 없으며 다음 토큰을 순차적으로 만든다.

여기서 참조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정보가 사실이라는 판정이 아니다. Attention은 정보를 결합하는 연산이고, 논리의 타당성이나 실험 결과의 진위를 직접 보증하는 장치는 아니다. 물론 학습된 모델 전체가 이 구조를 활용해 유용한 추론을 수행할 수는 있다. 다만 문맥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문맥 속 주장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인 자기회귀 언어모델의 사전학습은 앞선 문맥에서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어떤 표현이 뒤에 나올 확률과, 그 표현이 담은 과학적 주장이 참일 확률은 같은 값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질 만한 문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직 입증하지 못한 인과관계도 그럴듯하게 서술될 수 있다.

데이터가 많아도 조건과 불확실성은 따로 읽어야 한다

학습 데이터의 내용과 구성은 모델이 어떤 관계와 표현을 익히는지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데이터의 양이나 정확성 하나만으로 답변의 품질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학습 목표와 모델 구조, 후속 학습, 제공한 문맥과 도구도 함께 작용한다. 사실을 잘 맞히는 능력과 독자에게 맞는 문장을 쓰는 능력 역시 별도로 살펴야 한다.

연구 자료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결과가 반드시 어느 한쪽의 오류를 뜻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첨가제를 넣고도 기지재, 함량, 분산 상태, 계면 처리, 시편 조건이 다르면 다른 물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천연섬유 자체를 시험한 결과와 그 섬유를 넣은 복합재료의 결과도 구분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지운 채 ‘첨가하면 성능이 좋아진다’로 요약하면 문장은 간결해져도 정보는 부정확해진다.

따라서 내가 AI의 요약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결론만이 아니다. 어떤 자료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어떤 조건에서 성립했는지, 지금의 대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함께 남아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결과를 억지로 하나의 매끄러운 이야기로 합치는 대신, 차이를 설명할 단서를 보존하는 수정이 필요하다.

모르는 부분을 그대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답변이 완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논리까지 완성된 것은 아니다. Tomani 등의 판단 유보 연구는 질의응답 과제에서 불확실성에 따라 일부 답변을 유보하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였다. 모든 업무에서 같은 효과를 보장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LLM이 언제나 답을 끝까지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이런 결과를 실무에 적용할 때, 부족한 정보를 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메우라고 하기보다 무엇이 부족한지 드러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는 답변보다 ‘이 조건을 확인하기 전에는 판단할 수 없다’는 답변이 다음 행동을 정하는 데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인간의 경험은 무엇을 다르게 만드는가

사람은 드문 경험 하나로도 이후의 판단 기준을 크게 바꾸곤 한다. 가령 같은 공정을 여러 번 문제없이 운전하다가 단 한 번의 예상치 못한 열분해로 장비가 손상되었다고 해 보자. 이 역시 가상의 예지만, 그 일을 겪은 연구자라면 이후 비슷한 공정을 검토할 때 발생 빈도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의 조건, 놓친 징후, 피해의 크기를 떠올리며 사전 확인을 더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드물다는 사실보다 왜 일어났고, 다시 일어날 조건은 무엇이며, 실패했을 때 무엇을 잃는가다. 하나의 관찰이라도 기존 설명이 놓친 조건을 드러낸다면 판단을 바꿀 이유가 된다. 사람에게 그 경험은 기록된 사실과 함께 감정, 목표, 책임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언제나 더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인상 깊었던 사고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익숙한 성공 경험 때문에 새로운 위험을 놓칠 수도 있다. AI도 사례를 입력받고 외부 기록을 참조하거나 추가 학습을 통해 드문 사건을 반영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문맥 내 학습 역시 예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람은 한 번의 경험으로 배우지만 AI는 그럴 수 없다’고 구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인간과 AI 사이에 닮은 점이 있을 수 있다. 인간 역시 살아오며 읽고 듣고 말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문맥에서 더 자연스럽거나 적절하다고 느끼는 단어와 표현을 선택한다고 보면, 이를 경험에 따른 확률적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이런 유사성이 인간의 뇌와 LLM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까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실무에서 더 크게 느끼는 차이는 판단에 필요한 맥락이 어디에 있고, 그 판단의 결과가 누구에게 돌아오는가에 있다. 현장의 사람은 문서에 적히지 않은 사정까지 알고 있을 수 있고, 잘못된 결정을 실행했을 때의 결과도 감당한다. 반면 그런 맥락을 전달하지 않은 채 문장만 요청하면 모델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검토에 참여하더라도, 실제로 내용을 이해하고 결정을 바꿀 정보와 권한이 있어야 그 참여가 의미를 갖는다.

아이디어를 넓히는 단계와 장비를 가동하는 단계의 판단 기준도 같을 수 없다. 전자에서는 아직 근거가 약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지만, 후자에서는 실패 비용을 고려해 더 엄격한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은 직관적이고 AI는 확률적이라는 단순한 구분보다, 상황에 맞춰 요구할 근거의 수준을 정하는 문제에 가깝다. AI에게도 목적과 위험, 판단 기준을 명시하고 그 기준을 따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잘 고친다’는 것은 어떤 능력일까

이 생각을 실제 작업 방식으로 옮긴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검토하고 싶다. 앞의 논의에서 도출한 작업 제안이며, 이 절차 자체의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했다는 뜻은 아니다.

  1. 글의 목적과 조건부터 적는다. 누가 읽고 무엇을 결정할 문서인지, 사용할 수 있는 자료와 현장의 제약은 무엇인지 정한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탐색용 메모와 최종 보고서에서 허용할 표현은 다르다.
  2. 주장과 근거를 대응시킨다. 중요한 주장마다 출처와 적용 조건을 확인하고, 확인된 사실·검증할 가설·근거 부족을 구분한다. 출처가 제시되어도 실제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원문을 확인한다.
  3. 문장 사이의 빈칸을 찾는다. ‘따라서’ 뒤의 결론이 앞의 근거로 성립하는지, 다른 설명이나 반례는 없는지 살핀다. 빠진 메커니즘이 있으면 그 자리를 유보하고 필요한 자료나 실험을 정한다.
  4. 판단 기준을 적용한 뒤 표현을 다듬는다. 실패 비용이 큰 내용과 드문 실패 사례를 별도로 검토하고, 최종 문장의 단정 수준을 근거에 맞춘다. 그다음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순서와 표현으로 고친다.

AI에게도 “각 인과관계를 확인된 사실, 검증할 가설, 근거 부족으로 나누고, 연결되지 않는 부분은 남겨 둔 채 필요한 검증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모델이 붙인 ‘사실’이라는 표지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AI의 자기검토가 실제 자료나 실험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이런 수정을 하려면 결국 내용을 알아야 한다. 문장이 어색하다는 느낌만으로는 무엇이 빠졌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 독자의 상황을 읽는 능력,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확인할 방법을 찾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는 능력 안에 기존의 전문성과 학습이 계속 들어간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 능력이 인간의 자리를 지켜 줄까

잘 고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과, 그 덕분에 지금의 일자리 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구분해야 한다. 검토 도구도 발전하고, 한 사람이 AI와 함께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개인이 전문성을 쌓는다고 조직의 인원 감축이나 업무 재편에서 반드시 보호받는 것도 아니다. 수정 능력만을 인간의 영구적인 우위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내 업무를 기준으로 보면, LLM이 만든 문장의 부족한 점을 알아보는 사람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른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어느 주장을 삭제해야 하는지, 어떤 조건을 더 물어야 하는지, 어디서 결론을 미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맡을 수 있는 일도 달라질 것이다. 그 차이는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주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더 두려운 것은 AI가 초안을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지금 인간이 후속 검토를 거쳐 수정하는 작업까지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일이다. 빠진 조건을 찾고, 근거를 대조하고, 잘못된 인과관계를 고치는 일까지 AI가 더 정확하고 저렴하게 수행한다면 어떨까. 지금은 인간이 필요한 이유로 생각하는 능력도 앞으로 계속 인간의 몫으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의 변화 속도를 보면 이 가능성을 먼 미래의 일로만 넘기기도 어렵다. OpenAI 개발자 커뮤니티에 정리된 2026년 10월의 발표 기록에 따르면, OpenAI의 Tibo Sottiaux는 앞으로 28일 동안 매일 Codex·Work 이용자 다수에게 의미 있는 개선을 제공하거나, 그렇지 않은 날에는 사용 한도를 초기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매일 새로운 모델을 내놓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개선을 하루 단위로 약속하는 모습에서 제품이 바뀌는 속도를 실감한다. 물론 업데이트의 빈도가 곧 모든 업무에서의 능력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계를 근거로 인간의 역할이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고칠 부분이 많은 AI를 경험하고 있는데, AI를 연구하고 개발해 온 일부 사람들은 왜 그토록 심각한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제프리 힌턴과 요슈아 벤지오 등이 서명한 CAIS의 AI 위험 성명은 AI로 인한 인류 멸종 위험의 완화를 세계적인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경고와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AI의 능력 사이에는 꽤 큰 거리가 있다.

이 간격을 생각할 때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의 ‘깔때기’ 설명이 떠오른다. 그의 2026년 10월 11일 X 글을 인용한 CellCog의 해설은 AI에 대한 접근과 활용 경험을 다음 네 층으로 정리한다.

층AI에 대한 접근과 활용 경험인원 추정
1층LLM을 거의 접하지 않은 사람들약 60억 명
2층무료 챗봇을 검색이나 글쓰기 보조에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약 10억~20억 명
3층수학·코딩 등의 전문 작업에 최전선 모델과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사람들약 2,000만 명
4층연구소 내부의 최전선 AI 시스템에 접근하는 사람들약 5,000명

이 숫자는 조사로 확인된 통계가 아니라 카파시의 대략적인 추정이다. 이 구분도 AI가 순서대로 발전하는 네 단계나 사람의 능력 등급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같은 시점에 같은 ‘AI’를 이야기하면서도, 각자가 접하는 시스템과 맡겨 본 일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층에 있는 일부 사람들은 내가 아직 접하지 못한 능력이나 변화의 징후를 보고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수정할 곳이 많은 도구가, 그들에게는 인간이 검토하고 따라가는 속도마저 넘어설 가능성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다만 이것은 그들의 경고를 접하며 드는 내 추측이다. 깔때기 설명만으로 누가 무엇을 보고 두려워했는지, 비공개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는 확인할 수 없다. 내 경험만으로 경고를 가볍게 여기기 어렵듯, 내부자가 경고했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수준의 AI를 경험하고 있다면, 그 능력과 위험을 함께 판단할 공개 근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내게 필요한 노력은 AI가 준 답을 읽고, 빠진 조건을 찾고, 근거에 맞춰 다시 쓰는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연습이 미래의 내 자리를 보장해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고친 문장이 왜 더 나은지 설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 동시에, 그 설명과 수정까지 AI가 해낼 때 나는 무엇을 맡을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검토와 수정까지 대신하게 된다면, 미래의 인간에게는 과연 어떤 역할이 남을까? 요즘은 그 질문까지 함께 남는다.

두 칸 만평. ‘지금’에는 사람이 AI의 초안을 빨간 연필로 수정하고, ‘다음은?’에서는 다른 AI가 그 검토 자리까지 맡자 사람이 ‘그럼 나는…?’이라고 묻는다.

초안을 고치던 자리까지 AI가 맡게 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맡게 될까?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한 AI 생성 만평.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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